"지난주에 본부장 호출로 올라갔더니 성과부진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하더군요. 제가 운용하는 펀드 손실이 커진 이유와 복구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증시가 급락하며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질책을 넘어 매일 같이 반성문을 쓰는 처지가 됐고, 유망종목 찾기가 한창이던 증권사 리서치센터에도 정적이 흐른다. 영업점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하반기 시장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 증권업계 표정이 어둡다. 


◇국내 주식형 펀드, 모두 마이너스…인버스 펀드만 수익=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91개(설정액 1000억원 이상) 가운데 최근 1개월간 수익을 낸 것은 1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수익이 난 것도 지수하락에 베팅하는 '삼성 코덱스 코스닥 150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에 불과했다. 사실상 모든 펀드가 마이너스라는 얘기다. 이를 제외한 90개 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6.98%였다. 3개월 운용손실도 8%에 육박했다.

중소형 펀드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설정액 1000억원 미만 국내 주식형 펀드들은 대부분 15% 이상 손실(최근 3개월)이 발생했고 25%가 넘는 것도 수두룩하다. 시장이 밀리다 보니 펀드 환매요청도 줄을 잇는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최근에는 자산을 운용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반등할 때마다 로스컷(손절매) 기준을 넘어선 종목을 매도하는 것이 주된 업무"라며 "저점매수를 노리고 펀드로 유입되는 신규자금이 있으나 주식을 사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일반적으로 오전에는 추이를 보다가 오후 12시와 오후 1시 정도 매매를 한다"며 "대부분 기관투자자 매물과 영업점 신용청산 거래가 이 시간에 집중되기 때문에 오후장 지수가 좀 더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종목 리포트도 급감…손 놓은 애널리스트들= 5월 초부터 기관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 내다 판 주식은 총 2조7642억원으로 외국인 순매도(2조1360억원)를 앞선다. 증권사 자체자금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프랍 트레이더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손실이 불어나며 계약해지 직전인 이들도 생겼고, 수익 인센티브는 생각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와 올 초 회사를 떠나 전업투자자가 된 매니저들도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개점휴업 상태다. 5월에는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종목 리포트가 총 3415건에 달했는데 6월 들어서는 1635건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그나마 최근 나온 보고서는 신규 매수추천보다는 목표주가 하향조정을 밝힌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6월(2271건)과 비교해도 보고서 수가 크게 감소했다. 

한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워낙 좋지 못하다 보니 새로운 추천종목을 제시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투자자들도 새로운 종목보다는 손실이 발생한 기존 종목을 어떻게 대응할지 업데이트 문의만 하는 상황이고 기업탐방도 잘 받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영업점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신규계좌 개설이나 투자상담, 상품가입 등을 위해 고객들이 북적였으나 요새는 분위기가 썰렁하다. 바빠진 건 일선 창구 직원들이다. 신용거래로 빚을 내 주식을 산 고객들에게 담보비율 하락과 반대매매를 안내하는 전화를 돌리는 데 여념이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