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영화 '하게타카' 세상을 보는 나의 눈

김 정 윤


  ‘하게타카란 일본어로 '콘돌'이라는 뜻이다. 콘돌은 육식성이고 성격이 포악하다. 약한 동물을 먹거나 죽은 것에서 그들의 식욕을 충족시키는 새로 일본에서는 이른바 '벌처펀드''헤지펀드'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그들은 빈사상태에 빠진 기업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공장폐쇄, 정리해고 등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서 다시 비싼 가격에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서론부터 영화의 내용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필자가 경제학을 전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실경제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일본경제를 배경으로 한 경제관련 영화를 2009년 개봉 당시 보게 되었다시대 배경은 2000년 이전까지의 일본경제가 낮은 물가와 낮은 유가, 낮은 달러(3저 현상)를 중심으로 흑자 수출을 기록하며 경제가 호황을 이룬 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일컫는 거품경제로 휘청거리던 일본경제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일본의 불황을 틈타 일본의 기업들을 싼값에 손쉽게 매수하려는 외국계 자본이 유입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중국의 국부펀드인 CHLI가 등장하는데 헤지펀드 회사인 블루월파트너스의 펀드매니저 류이화에게 일본의 상징임과 동시에 쓰러져 가는 아카마자동차 그룹을 매수하도록 은밀하게 작전을 지시하며 배후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다. 류이화는 부실대출로 무너져버린 기업 중에 회생의 가치가 있는 아카마자동차 같은 기업을 찾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되살린 후, 비싼 값에 되파는 이른바 하게타카로 불리는 일을 시행한다. 그에 맞서 와시즈 펀드로 일본 기업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와시즈가 등장하게 되는데, 류이화가 진두지휘하는 블루월파트너즈가 매입가를 계속 상향 조정하자 와시즈는 나라를 지킨다는 일념으로 중동에까지 찾아가 자금조달을 요청한다. 그 결과 아카마자동차는 지켜내지만, 그 사이 류이화는 돈이 곧 비극이라는 생각과 자본주의에 환멸을 느끼며 방황을 하는 동안 괴한에게 살해를 당한다.


  와시즈 역시 인간과 돈에 얽힌 사투를 벌이고 난 뒤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죽은 류이화의 고향을 찾아가게 된다. 류이화의 어릴 적 허름한 집안에는 아카마자동차의 자동차가 벽에 색연필로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 와시즈는 생각에 잠긴다. 류이화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시골에서 아카마자동차를 처음 보고 미래를 꿈꾸는 장면과 겹친다. 그리고 먼지가 자욱한 시골 길에서 멍하게 서 있는 와시즈를 비추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 보면 일본 스스로 내놓는 반성문이자 자성의 목소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국제 자본시장의 냉혹한 논리를 주장하며 어떻게 일본이 자존심을 지켜나가야 할지에 대해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일본 경제를 배경으로 한 주제라고 해서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쌍용자동차가 상하이 자동차에 의해 인수되어 기술 도면 등을 다 빼앗겼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론스타에 의한 외환은행 인수 등으로 소란스러웠다.


  와시즈와 류이화가 어느 한 레스토랑에서 만나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세상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돈이 없는 비극''돈이 있는 비극' 세상은 돈이다. 돈이 비극을 낳는다."라고 와시즈는 말한다. 이 말이 류이화로 하여금 자본주의에 환멸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관객으로서는 한번 쯤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할 만한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작가는 전 신문기자 출신의 마야마 진(真山仁)이다. 신문기자라는 출신답게 그는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에 대한 반성 및 각성의 의미로 이야기를 전개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아래 일본 사회의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인물들을 통해 관객이 생각하게끔 하며 감독이 관객과 함께 고민하고 싶어 하는 문제가 아닐까 한다.


  경제학도로서 경제 관련 책을 읽거나 전공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본주의 땅에 태어난 것은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항상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돈에 얽힌 자본주의에 대한 염증을 느끼는 데 대하여 필자 역시 동조하여 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과 좌절감을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영화를 보는 내내 국민이 화합하여 국가를 강하게 만드는 것만이 냉혹한 세계에서 살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경이 점점 사라지고 글로벌화가 되어가는 세계 경제 속에서 낭만과 의리는 없다. 국민은 애국심을 가지고 세계에서 총성 없는 전쟁 중인 자국의 기업을 응원하고 그들의 기술력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한 삼성에 관한 인터넷 기사에는 대기업을 비판하는 반기업정서를 가진 세력이 참 많다. 그러한 반기업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이 영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겪는다면 국가의 한 국민으로서 과연 누구를 응원할까라는 시사적인 의문도 생긴다.


  영화에서 와시즈는 강해져라, 강해지지 못하면 사람을 죽이게 돼.”라고 말한다. 국민이든 국가의 기업이든 강해져야 한다. 작게는 필자부터 부지런히 공부하여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인재가 되어야겠으며, 크게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시장으로 끊임없이 뻗어 가고 국민 역시 이를 격려하며 맡은바 온 힘을 다하는 훌륭한 국민성을 가진 나라가 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134분 남짓의 영화지만 교훈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덧글

  • 행인 2013/01/26 17:10 # 삭제 답글

    저도 이 영화를 봤었지만 글쓴이의 말에 정말 공감합니다. 한번 시간 나시면 봐도 좋을 영화입니다.
  • 앞산호랑이JYK 2013/02/12 02:48 #

    감사합니다. 참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명절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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